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의 미술관

유준상(미술평론가)

· 서론
 · 18 세기
· 궁정화가(宮廷畵家)
· 17 세기
· 르 브랑 		· 푸 생
· 앙시앙 레짐
· 로코코
· 맺음말

· 맺음말

18세기 프랑스의 귀족문화는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유럽각국의 귀족사회에 막중한 영향을 미쳤던 거며, 로코코의 장식양식은 독일각지의 군주의 실내장식에 응용되었 으며 회화는 영국에서 레이놀즈, 호가즈, 게인즈보러우, 스타브스 등의 유려한 화면 을 낳게 했다.

그러나 18세기의 프랑스귀족과 영국귀족의 차이는 전자가 허상(虛 像)인데 비해 후자는 실상이었다는데 있었다. 영국귀족은 귀족의 신분으로 직접 국 정 (國政)의 실무에 참여했고 축농경영에서도 솔선수범했으며 산업의 과학화에 있어 서는 전문가적인 귀족들이었다. 명실상부한 지배계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는 앙시앙 레짐으로부터의 고질적인 관례인 절대왕권이라는 일인독제의 체제이며, 이른바 중앙집권의 히에라르키였기에 귀족(貴族) 그것이 왕(王)의 장식물같은 입장 이었으며 실세(實勢)가 아닌 허구로서의 권위였던 셈이다.

그러니까 많은 재화와 으 리으리한 저택과 충실한 시종들을 거느린 높은 신분의 귀족귀부인들은 지위나 재화 못지않게 주체할 수 없을만픔 많이 가졌던 게, 남아도는 시간(時間)이었다. 말하자 면 특수유한계급이었다고나 할까‥‥ 이처럼 남아도는 시간을 소비하지 못해 쩔쩔매 던 귀족계급이 피리와 베르사이유에 대략 2만5천명이 있었다는 게 당시의 기록이 다.

이들이 밤마다 어우러져서 호화판 잔치를 벌렸던 게 사롱문화의 시발이었으며, 여성적인 허명과 장식심리로부터 발전되는, 감각의 섬세와 두뇌의 재치, 말의 수사 그리고 육체의 관능이었으며, 요리와 향수와 의상 그리고 우아한 몸놀림으로서의 예의작법등이 다투어 세련미를 더해갔던 것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중엽부터 전기한 회화성 (「우아한 향연」)과 로코코에 대한 반동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나는 도덕적인 반성이며 다른 하나는 지적 (知的)인 재검토였다.

도덕적이라는 뜻은 로코코양식이 귀족 계급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성과, 너무 인위적 (人爲的)인데 대한 거부감을 가리킨다. 「우아한 향연」양식이 보여주는건 이른 바 「예술을 위한 예술(1'art pour l'art)」의 유형에 속한다고 하겠다.

전기한 「백과전 서」파의 후예인 P,아브라함(P, Abraham)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고찰한 다음, 미 술작품을 개열별로 나눠서 세가지 유형으로 유별했는데,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일반 관중하고는 무관하게 조형적 세련미와 감각적 섬세성만으로 발전시키는 형식을 이 유형에 포함시켰던 것이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무관심 (indifference) 또는 거부 (拒否)의 대상으로서의 예술양태를 가르키는 게, 「우아한 향연」양식은 위에서 말한 2만5천명의 귀족을 위한 미술형식이었던 거며, 다른 제3신분 또는 정상적인 의식인 하고는 무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루이14세의 귀족미슬은 이성적 (raison)이었으나 루이15세 (그리고 그의 애첩 퐁파 드르공작부인)시대의 귀족미술은 감각적(sentiment)이었다는 게 미술사가들의 일반 화된 해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감각적이라는 뜻은 로코코양식과 「우아한 향연」양 식에서 보는 바처럼, 감각적섬세의 극치를 보여주는 「감성의 회화」를 가리킨다. 구 도, 형태, 색채, 인물의 동작의 미세한 부분이 모두 기품있고 우아하며 섬세하고 세 련된 감각에 의해서 지배되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식이 곧 「귀족의 감 성」이라고 단정하는 건 선입견에 속한다. 왜냐하면 감각 그자체는 객관적으로 추정 되는게 아니며 따라서 「감성속의 귀족적인 형식」이라고 해야겠다. 귀족은 사회적으 로 세습화된 인위적인 제도로서의 신분에 불과하며, 「우아한 향연」양식은 바로 귀족 에 의해서 제작된 게 아니라, 미술가들이 제작했기 때문이다.

무었보다도 이 양식을 처음 제작한 와토(Watteau)는 프랑스북부의 프랑드르 지방이었던, 바렁시엔느라는 시골의 지붕쟁이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천민이었다. 처음 같은 프랑드르화가였던 건 전한 생명력의 화가 루벤스에 심취하며, 19세에 파리로 나와 무대장치등의 장식화 가로서 생활을 유지한다.

만성적인 불안증과 결핵에 시달리면서 파리아카데미회원 자격작품으로 출품한 게 앞에서 예시한 「시테르섬으로서의 출항」이었으며, 심사원 들이 이러한 유형 (類型)을 미술사적인 양식 (樣式)으로 유형화하는데서 그 선례(先 例)가 있었기에 이른바 「우아한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건 전술한 대로이다 이로부터 와토는 여러 귀족들의 수집대상으로 부상되기 시작했으나 38세 의 한창나이로 세상을 등진다.

그의 화면은 그야말로 「우아한 향연」답게 향기로운 감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화 려한 가운데 덧없고 속절없는 인생무상의 애조(哀調)를 띠우고 있다는 게 당시의 평 판이었다. 작가인 와토는 결핵을 앓고 있었으며 하강인식(下降認識)으로서의 생명 관으로 그처럼 표현하게 되었던 걸로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을 선호했던 당시의 귀족들은, 매일을 화려한 사교무대에서 연출(演出)로서의 인생을 보내고 있었으나 각기의 속마음은 이러한 허무의 감각을 늘 잠재해야 했던 것으로 상상된다. 같은 귀족적 성향의 미술이어도, 루이14세의 고전과 바로크는 이성(理性 =raison)적이었고, 견고한 구축(構築)으로서의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면 루이15세와 퐁파두르공작부인등의 성향은 감각(sentiment)적이고 불안정하며 향락적이었다는 비교는 이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진즉 「도덕적인 반성」이란 무엇인가, 앞에서 18세기초의 귀족들은 「무료(ennui)」가 남아돌았다고 상기시킨 바 있다. 무료는 피동의 상태이며, 요즈음의 사회용어로는 「여가(餘暇=leisure)」를 뜻한다. 예술이 사회적 분업 (consubstantiel)과 일체를 형성하는 직업으로 받아들여진것 근대사회로 들어오면서이며, 상금에도 일 반관중은 「여가」의 틈을 내서 예술과 접촉하는게 관례이다.

이처럼 예술의 역사와「여가」의 관계는 매우 밀착되어 있다고 하겠다.

유럽예술의 고전(古典)으로 지목되는 그리스문화도 이러한「여가」를 통해서 구현 되었던 것이었다. 그들의 국가는 오천명을 전후해서 조직된 이른바 시민국가(포리 스)였으며 민주체제의 사회구성이었으며, 구성원의 「여가(schole)」를 어떻게 활용하 는가가 포리스정책의 중요과제였다.

이 schole라는 여가(餘暇)의 개념은, 피동적인 상태에서 하는 일 없이 그냥 멍청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은 현대 어의 스쿨(학교)에서 보듯이 학습과 수련, 자제와 숙달의 인간도야의 교육개념으로 발전되며, 한 사회의 문화적 기반구조로 활용되고 있다. 당시의 그리스격언에 「노예 에겐 여가가 없다」는 일러둠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뜻은 「노예는 문화가 없다」는 말이었다.

고금동서의 사람은 우선 살기 위해서 일하고 땀을 흘려야 하는게 기본조 건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살기 위한 활동은 멈춤이 없는 연구운동으로 지속할 수는 없으며 그것을 멈추고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신체구조가 그처럼 되어있 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문화는, 그들이 그들의 여가(스코레)를 어떻게 인간적으로 활용했는가를 가시적으로 증명해주는 본보기라고 하겠으며, 한숨 들리 고 마음을 비우는 피동(被動)의 상태속에, 문화(文化)가 잠재(潛在)한다는 놀라운 인간능력에 관해 일깨우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여가」를 모르는 오직 능동만으로 끝없이 움직이는 기계 (機械)가, 문화도 예술도 생산(procreation)하지 못한다는게 이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동물에게 문화가 없는 건 「여가」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 문이다).

결국 문화란 인간이 그들의 「여가」를 어떻게 인식했고 그 인식의 패턴을 무슨 수 로 확인하고 구상했는가의 구조적 내용의 체계화라고 말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여가」는 명상과 사색의 「시간」으로 발전되며 철학이 탄생되고, 신앙의 맥동으로 오 랫동안 잔잔한 숨결로 이어져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론, 사회적 분화와 더불어 게으 르다던가,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뜻으로도 전용된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귀족사회의 「여가」는 「무료」였고 이른바 「만족병」이였으며, 관능(官能)의 충족이 이것을 해결하는, 감미롭고 황홀한 성적(性的)인 열락(悅樂)인 것이었다. 특히 귀족사회의 정조관념은 방종의 극치였다고 하며, 몽테스키외(1689- 1755)의 지적처럼 「아내를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남편은, 여러사람(남자)의 즐 거움을 방해하는 놈이다.

그는 남을 헤치고 자기혼자만 태양광선의 혜택을 독점하 려는 터무니없는 작자로 간주 될 것이다‥‥」 이것이 당시의 파리와 베르사이유의 사 교계(社交界)에서 신봉되었고 그처럼 실천되었던 정조관념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와토, 랑그레, 부쉐, 나티에, 푸라고나르등의 「우 아한 향연」양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장 오느레 프라고나르(1732 - 1806) 그네(1768)
    캔버스위에 유채, 82×65㎝

다음으론 지적 (知的)인 반동인데, 이것은 앞에서도 잠깐 예시했듯이 제3신분(第3 身分=le tiers etat)의 사상가들에 의한 「계몽주의」의 역사적 달성과, 절대왕정의 전 통으로부터 정신을 해방시키려는 「인간본성 권리」와 「인간이성의 자유」등인 부르조 아사상의 확산과 보급 그리고 혁명을 예측하는 사상적 토대의 구축을 들 수 있다.

18세기의 프랑스엔 정말 기라성처럼 빛나던 사상가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볼테르, 몽테스키외, 듀르고, 넷겔, 디드로, 돌박, 에르베시우스, 룻소, 랑게, 부리소, 마 라, 메리에, 마부리, 데샹, 곤들세‥‥ 등등.

이처럼 새롭고 유연한 지적인식 (知的認識)의 개막과 더불어 미술도 하나의 역사 인식의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바꿔말하여 역사로서의 미술관의 대두이다. 이 제까지 유럽의 초야에 묻혀있던 고대(古代)가 발굴되기 시작하며, 이러한 실증(實 證)을 통해서 고전(古典)의 개념이 현대사(現代史)의 성격을 띠우게 된다.

◀프랑소아 부쉐(1703 - 1770), 아침식사(1739)
    캔버스위에 유채, 81×65㎝

이로부터 로마와 그리스의 독자성이 분화(分化)되기 시작하며, 로코코와 「우아한 향연」양식인 말초적 감각 취향을 우선하는 원리(原理)에 의해서 구축(構築)되었던 「고전고대(古 典古代)」가, 새로운 지표(地表)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미술은, 향수와 분냄새 그리고 술과 요리, 그리고 또 의상과 작태(作態)와 수사 (修辭)가 어지럽게 배어있는 작은 공간인 사롱에서 역사적 원근으로서의 원대한 지 표위로 다시 떠오르게 된다.

역사가 변증법 (辨證法)의 끊임없는 응용인 것처럼 미술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목 격된다고 하겠다. 프랑스인은 절대왕권에 대항하여 혁명을 일으키지만, 뒤이어 지 나친 행위의 반성으로 인민과 왕의 정부의 사익 (私益)을 맡은, 공화제(共和制)가 탄 생한다는 경과가 이것을 입증해 준다고 하겠다.

그처럼 루이14세의 절대권력하의 바로크와 고전의 엄격성이 로코코와 「우아한 향연」양식등으로 저항되지만 L./다비드 등이 나폴레옹의 비호아래 신고전주의를 들어올린다는 게 같은 경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낭만주의, 리얼리즘(쿠르베)등의 변증적인 응용과정이 전개된다.

그러 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18세기를 프랑스혁명의 안티테제로만 여기지 말고, 그자 체의 독자성을 인정할 때 근대미술의 여러 감성적 요소로서의 감각의 세련, 느끼는 방식, 감성속의 귀족적인 요소등에 관한 미술사적 업적이 잠재했었다는 점을 유념 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