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연구 제 4 집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의 미술관 유준상(미술평론가)

	· 서론 · 18 세기 · 궁정화가(宮廷畵家) · 17 세기 · 르 브랑	· 푸 생 · 앙시앙 레짐 · 로코코 · 맺음말

18세기의 프랑스는 유럽의 대명사였다. 얼마간의 부(富)와 지식 그리고 교양을 축적한 유럽인은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서 프랑스를 동경했고, 프랑스는 이것을 자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프랑스는 프랑스일반이 아니라 프랑스의 지배계급이었던 귀족의 존재양식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귀족처럼 사는게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만연했던 일종의 꿈이었으며, 실제에 있어서도 독일의 프레데릭대왕 의 귀족들과 러시아의 에카테리나여왕의 궁전에선 프랑스어로 말하고 프랑스귀족의 예의작법(禮儀作法)을 모방했던 것이었다. 세르반테스(돈키호테)의 "귀족은 귀족이 지 않은 자에겐 상관이 없다"는 말처럼 동서고금의 귀족들은 예외적이고 특수한 신 분계급이며, 일반시민하고는 상관이 없는 은밀한(intime) 사람들이라는 환상이 사람 들에게는 있다. 고상하다던가 각별하고 수준이 높으며 고결하고 화려하며 세련되고 아름답다는 감정들이 은밀하다는 뜻의 내용이다. 아니 이러한 인간염원의 본성을 귀족들이 실현하고 있는 우월계급 이라는게 묵인으로서의 요해(了解 verstehen)이다. 그리고 이러한 귀족의 전형을 가장 모범적으로 갖춘 귀족이 프랑스 귀족이였으며, 일들이 궁정(宮廷)에서 행하는 예의작법은 프랑스의 지방귀족만이 아니라 유럽 각 국의 귀족들이 본뜨고 배워야 되는 모범으로서의 본보기로 받아 들여진게 18세기의 정황이었다. 한편 이러한 "귀족의 표본"이 응집된 귀족가운데의 귀족 또는 궁정가운데의 궁정 이 베르사이유 궁정이었고 석기의 주인공인 루이14세가 그 표본 가운데의 표본인 것 이었다. 그러니까 18세기 유럽의 여러 귀족이나 왕들은 루이14세의 표본을 본뜨거 나 모방하는데서 귀족일 수 있었다는게 되며, 이러한 연유로해서 그를 "태양왕"이라고 칭송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것을 도해식으로 해설하면 태양의 주변에 프랑스 귀족들인 위성 (衛星)의 궤적이 목격되며, 보다 원심의 궤적으로 맴돌고 있었던 유럽 제국의 귀족들인 유성군(遊星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고 하겠다. "짐은 곧 국가"라 고 말한 루이14세는 그의 말처럼 평생을 공인 (公人)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의 베 르사이유생활은, 아침 눈을 뜨면서 밤의 잠자리로 들기까지 철저한 공인으로서의 일과로 채워졌다고 한다. 그의 식사담당의 귀족과 시종들은 모두 498명이었다는 기 록이며, 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공개적으로 음식을 드는게 태양왕의 아침일과의 시 작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하나의 의식 (儀式)이랄수 있겠다. 생명본능으로서의 음식 섭취라기보다 의식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예의작법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이 다. 루이14세 자신이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왕권(王權)의 행사자 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하며, 프랑스의 격언처럼 "진정한 귀족은 태어나면서 부터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에 획득되어지는 것"임을 실제로서 증명했었다고 한 다. 그리고 이것을 증명하는 가시적인 형식을 위하여 웅대한 규모와 장대한 양식을 겸비한 베르사이유의 건축미와 정원의 조경이 있어야 했던 거며, 이러한 무대에서 왕으로서의 역할을 연출하는데 있어서의 예의작법을 솔선하여 수범했던 게 태양왕 곧 귀족의 존재양식이었다고 한다. ◀ 베르사이우 궁전 전경 이처럼 루이14세는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황제라는 위계를 솔선수범하는 공인(公人)의 입장이었으며, 그의 일과는 의식에서 시작하여 의식으로 끝나는 질서와 권위 그리고 장엄함의 산 표본이었다는 것이다. ◀ 이아쌩뜨 리고 루이14세 캔버스위에 유채 279×190㎝ 이것은 개인적으로는 이만저만한 중노동이 아니며, 긴장과 자제 그리고 끝없이 인내하는 것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노브레스 오브리제" (nobless oblige)라는 영어권의 평가가 이러한 정황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처럼 루이14세의 '짐은 곧 국가"라는 절대권력은 세습적으로 승계된 기득권으 로서의 왕위 (王位)라기보다. 그 의무(義務)를 엄숙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항상적 (恒常的)인 태세(態勢)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으로부터 유발되는 형식미 (장엄하다던가 엄격하다던가....)가 유럽의 여러 귀족들의 공감의 대상이 되고 이로부터 프랑스의 문화적 위광이 유럽전역으로 발산하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프랑스의 역대정부가, 문화를 국위발양(國威發揚)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 고 이러한 전통적인 외교정책의 선구에 루이14세가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 다. 18세기 프랑스의 현자 볼테르(Voltaire 1694∼1778)도 지적한 바 있듯이, 루이 14세는 당시의 유럽의 모든 군주를 합친 것 이상으로 예술을 뜨겁게 보호했다는 거 며 이러한 문화감각을 기본으로 해서 연일 펼쳐지는 베르사이유궁전의 예의작법은 전유럽 궁정의 표본이 되었고 급기야는 18세기에 있어서의 프랑스문화가 전유럽으 로 군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의 한 예를 들자면 독일의 문호 괴테도 젊은 시절 의 한때, 자신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쓸지 모국어로 쓸지를 망설였다고 전한다. 프 랑스는 18세기당시의 「문화」를 뜻하는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루이14세인 태양왕시대의 미술은 바로 그 태양인 절대왕권(monarchie absolue)을 절정으로 해서 구성되는 연역구조(演繹構造)가 특징이었으며, 17세기말 에서 18세기초까지의 루이14세 친정 (親政)기간을 이른바 「위대한 세기」(le grand siecle)라고도 부른다. 한편 이 시기의 미술양식은 절대왕권의 기본사상인 종교적 신 앙(기독교)과 고전고대 (古典古代 = The Classical Antiquity)의 전통양식으로 표현되는 게 필연으로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