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의 미술관

유준상(미술평론가)

· 서론
 · 18 세기
· 궁정화가(宮廷畵家)
· 17 세기
· 르 브랑 		· 푸 생
· 앙시앙 레짐
· 로코코
· 맺음말

·궁정화가(宮廷畵家)

17세기와 18세기의 유럽미술가들은 대부분 궁정화가들이었으며 궁정화가였기 때문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궁정은 왕과 왕족 그리고 귀족들이 사 는 곳이며, 여기서 작업하는 화가는 집주인의 예술적 신하라고 비유할 수 있다. 따 라서 귀족중의 귀족인 왕의 마음에 드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화가의 가치가 결정 된다고 하겠다.

이것이 싫으면 궁정화가를 사퇴하면 되겠지만 당시의 사회사정은 정반대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궁정화가가 되는게 모든 화가의 꿈이었고, 궁정 밖 에선 화가일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말대로 루벤스는 「화가들의 왕이였으나 왕들의 화가였다」는게 당시의 사정을 웅변해 준다. 회화의 위계 (位階)인 역사화,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풍속화라고 하는 차별의 유형은 이러한 귀족사회의 계급제도 를 반영하고 있다.

역사화는 종교적 내용이라던가 귀족의 성공담을 가시적으로 표 현한 형식이며 인물화는 왕이나 귀족들의 초상을 가리켰다. 정물화도 종교적 신앙 의 내용을 은유하고 상징적 도식이어야 했으며, 풍경화는 무가치했고 일반서민의 풍속화는 비천한 것이었다.

여기서는 표현기법의 탁월성등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 러니까 미술가의 개별적인 미술관보다 왕이나 귀족의 취향이 미술평가의 선행조건 이었다는 거며, 이른바「위로부터의 미학」이 일의적 필연으로서의 연역체계로 군림 했었다는걸 알게 된다.

이러한 궁정화가(또는 어용화가)가 최성기를 맞이했던건 17세기∼18세기였으며 프랑스와 스페인등지에서 성행했던 것이었다. 물론 궁정화가 모두가 대 화가였던건 아니며, 예술적 재능보다도 윗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는 요령을 터득한 지략가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령 비엔나의 레오폴드왕은 궁정화가들이 제작 한 귀족들의 초상화를 삼천점이나 가지고 있었으며, 궁정으로 드나드는 고관대작들 에게 늘 자랑했다고 하지만, 이가운데의 어떤 한점도 오늘날 남아있는게 없다. 그야 말로 권력무상을 증명하는 미술사의 이면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궁정화가로서 성공 하는 예도 있으며 스페인의 벨라스케스가 바로 그였다. 미술가로서의 그의 운이 트 이는건 약관 24세당시 당시의 스페인왕 피리페4세의 초상을 그릴 수 있는 기회로부 터 개막되며 이른바 「왕의 화가」로서의 출세길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보장된 궁정화가의 지위를 마다한 화가가 있었다. 니코라 푸생(N, Poussin 1594∼ 1665)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