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의 미술관

유준상(미술평론가)

· 서론
 · 18 세기
· 궁정화가(宮廷畵家)
· 17 세기
· 르 브랑 		· 푸 생
· 앙시앙 레짐
· 로코코
· 맺음말

· 로코코

루이14세시대의 앙시앙 레짐을 가시적으로 지적할 경우, 위에서도 여러번 예시했 듯이, 베르사이유의 장엄한 고전양식과 이처럼 웅대한 구조물속에서 태양왕을 정점 으로 하는 피라믿같은 질서체계를 그려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의적 필연(-義 的必然)으로서의 절대유형(絶對類型)은, 해가 기울면서 서녘에 붉은놀이 한동안 빛 을 내다가 저물듯이, 로코코미술은 이 한동안의 정감(情感)같은 관능미로 비겨볼 수 있겠다. 당시의 풍문에 따르면, 루이14세가 1715년 겨우 숨을 거두자, 파리시민은 불꽃을 올리고 길로 나와 춤을 추었다고 전한다. 태양왕의 통치가 얼마나 엄격했고 준엄했기에 그랬겠느냐는 과장이다.

로코코라는 미술사적인 용어 (terms)는 현재로선 양식변천의 한 시대를 가리키는 명칭이지만, 원래는 당시의 귀족사회에서 일반화되었던 장식양식을 뜻했다. 따라서 1830년전까지는 표현양식에 관한 기법적인 명칭인데 불과했다.

로코코(Rococo)는 프랑스어의 rocaille인 조약돌이라던가 모래로 바위같은 구조물을 장식한다는 뜻으로 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양식은 기하학적인 질서는 아니며, 자연적인 생태(生 態)인 뒤틀림이라던가 음악적인 요소로서의 율동 리듬 하모니 또는 조개(shells)의 선묘적인 곡선미등을 장식양식으로 응용한 양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기 하학의 형식적 완벽성이라던가 정태(靜態)는 아니며, 뒤틀리고 꿈틀거리며 흐느적 거리는 무브망(mouvemente)인, 본질적으로 변하기 쉽고, 객관적으로는 측정(測定) 하거나 수치(數値)로서 계산하는게 어려운 관능(官能)의 양식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것의 패턴은 알과벳의 C자형과 5자형을 기본구조로 하며 이른바 「비균형의 균형」 (asymmetry)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을 고딕이나 바로크양식과 비교하면 전자가 건축구조의 특징을 보인다면 로 코코는 장식문양이라고 하겠으며, 전자가 물리역학적이며 외적(外的)인 골격(骨格) 이라고 한다면, 로코코는 심리감각적이며 내적 (內的)인 살붙임으로 비유해볼 수 있 겠다.

그러니까 루이14세가 엄격하고 정연한 가부장적인 골격을 세운 절대권력 (독재)의 귀족문화였다면, 그 내부를 로코코가 감각적이며 사치스럽고 관능적으로 장식한 것 으로 비꼬아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실내장식은 일인독재의 엄한 시아버지가 죽자 그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여러 며느리, 딸, 사돈의 팔촌들이 저나름의 취향 (gout)을 살려서 각기의 사랑방(Salon)을 로코코양식으로 장식하고 손님을 맞이하면 서 백화만발하기 시작하는 귀족미술이었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베르사이유의 궁정 을 귀결점 으로해서 엄격하게 공적 (公的)으로 통제되었던 귀족문화가, 파리의 여러 사롱들로 분산되어 저나름의 사적(私的)인 향락주의(epicurisme)의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게 로코코미술이었으며, 그것은 사롱을 중심으로 해서 암꽃술과 수꽃술이 관 능적으로 어우러졌던 정경으로 묘사된다.

한편 사롱 가운데의 사롱의 여주인을 그랑 드·마담이라고 했으며, 이러한 마담 가운데의 마담이, 루이15세의 애첩인 마담 퐁 파둘(Marquise de pompadour 1721-1764)이다. 그녀의 사롱에는 당대의 내노라하 는 철학자, 화가, 문필가 그리고 음악가들이 모여들어, 예술에 관한 에스푸리와 쌍 티망 그리고 에레강스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귀족미술의 회화양식의 전형으로 이른바 「우아한 향연」(fetes galantes)이라 고 번역되는 양식을 들 수 있다. 1717년 와토(A, Watteau 1684-1721)는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pelerinage a alile de cythere)라는 작품을 아카데미에 제출하는데, 심 사원들은 이 작품의 유형을 역사화, 종교화의 유형으로도 적용되지 않는 또다른 양 식이었기에 전기한「fetes galantes」라는 이름으로 유형화시킨다.

이로부터「우아한 향 연」양식이 로코코 회화의 상징적인 유형으로 간주되어, F, 부쉐 (F, Boucher 1703-1770)」, M, 퀭탕 드라투르 (M, Quentin de la tour 1704-1788) , N, 랑그레 (N, Lancret 1690-1743) , J, M, 나띠에 (J, M, Nattier 1685-1766)등의 로코코스타일 이 줄이어 나타나게 된다.

호사스립게 차려입은 선남 선녀들의 쌍쌍이 싱그럽게 우거진 수목과 초원에서 속 삭이며 포옹하고 춤을 즐기고 음율에 귀기울이는 정경으로 묘사되는 게 이 유형의 내용이다. 화면은 경쾌한 율동감으로 전체상이 지배되고 있으며, 상쾌한 색채와 동 적인 곡선미로 각기의 요소들이 어우러지게 구성되어 있다.

고전기법으로서의 엄격 성이나 중량감에 길들여진 눈에는 경망하고 천박하게 보일수도 있다. 사랑과 관능 의 황홀경 같은 화면의 전개에서 일상성의 짐을 벗고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 는 환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인 낙원풍경이랄 수도 있다. 특히 화면의 선율을 더욱 호 사스럽게 하는 소재로서, 푸른 허공을 나는 그네가 공통적인 모티브로 등장 하는것도「우아한 향연」양식의 특징가운데 하나이다.


◀ 앙뜨완느 와토(1684 - 1721)
    시테르섬으로의 순례 (1717) 캔버스위에 유채 129×194㎝


로코코양식으로 장식된 사롱의 실내에는 이것 역시 로코코식으로 조달된 가구와 식기 그리고 벽면들엔 전기한 「우아한 향연」양식의 회화작품들이 걸려있는 분위기 속에서 당시의 귀족과 고관 신흥 재벌들은 밤가는 줄 모르고 말의 수사(修辭)를 주 고받은게 18세기의 귀족미술이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자유와 방종 그리고 퇴폐였다 는 평자도 있으며 끝얼는 쾌락의 추구에 불과했다는 혹평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18세기를 발작은「좋은 시절」(belle epoque)불렀다. 인간의 감각을 세련과 섬세 그리고 순도에서 높여주었다는 뜻에서이다. 루이14세때의 귀족은 「위 대한 세기」의 귀족으로서의 의무가 있었으며, 격식과 예법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일과(日課)라는게 있었다.

이러한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18세기초의 귀족들은 왕권(王權)의 화려한 장식품에 불과했으며, 정치와 경제의 실권(전문가적 기능)이 없는 귀족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재화를 주체궂게 여기기까지 했다. 여기서 문제되 는게 그 길고도 긴 하루해를 하는 일 없이 견뎌야 하는 무료(無效)함(ennui)이었다.

「백과전서」(百科全書=디드로의 부르조아 이데오로기의 발전과 선전)의 집필자 마루 몽델(J, Marmontel 1723-1799)은 후에 이 무효함을 「만족병」(maladie contente)이 라고 비꼬았다. 이 병에 걸리는 건, 하루를 살기위해 정신없이 뛰어야하는 서민은 아니며, 전기한 무효함의 특권계급인 것이었다.

사롱문화는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 으며, 밤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잠을 깨는게 상례였다고 하며, 그날 저녁의 싸롱 또는 음악회, 오페라, 무도회 등의 사교장으로 나가는 장식 을 위해 반나절을 화장과 몸치장 등을 하인들이 거드는 가운데 보냈다는 것이다.

1718년 파리를 방문한 영국의 한 재원(才媛)은 「‥‥ 그 화장은 말할 수 없이 부자연 스러워서, 뺨전체와 턱밑까지 유들유들하게 번쩍거리게 벌건 연지가 듬뿍 칠해져서 그녀들의 얼굴은 어떻게 보아도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 해진다.

백과전서의 디드로(D,Diderot l713-1784)도 「지독한 뺨의 연지를 이것 보 라는 듯이 바르는 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건 아니다‥‥ 참으로 유행의 압제로부터 해방된다는건 어려운가보다‥‥」고 당시의 귀족취미를 한탄했다고 한다.

꽁꾸르형제 (Edmond·Jules de Goncourt)는 18세기 문화를 여성의 세기로 찬양했 고, 높이 평가한 바 있으나, 이것을 보다 요약한 니체(1844∼1900)의 견해를 끝으 로 인용한다. (꽁꾸르형제와 니체는 모두 19세기사람들이며 전자는 프랑스인이고 후 자는 게르만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것).

「18세기는 여성에게 지배되었던 몽유병적이지만 재치가 넘쳐흐르고, 천박했으나, 마음 이 시키는대로 봉사했던 시대였다. 정신적인 향수(享受)로는 자유사상(libertin)적이어서 모든 권리를 위태롭게 할 것 같은 마음을 가졌기에 취해있었고, 반짝거리며 명확했고 인간 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위악적 (僞惡的)이었기에 결국은 천민적 (賤民的)이 었으며 사교적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