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전시기획
2. 작품운송 및 상태파악
2002년 9월 미술관 시설상태보고서를 네덜란드측에 송부했다. 시설상태보고서에는 건물의 용도 및 자재, 전시장의 보안장치와 화재예방시설, 작품을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의 유무, 전시장내 환경, 수장고, 보험상태, 안전요원 인원수, 그동안 개최했던 전시명 등을 자세히 기재했다.
2003년 4월 직접 미술관 시설을 파악하기 위해 레지스트라(registrar, 운송 및 보험담당자)와 해외운송팀에서 덕수궁미술관을 방문했다. 그들은 전시장과 반출입구, 수장고, 작품이 걸릴 고리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원래 전시하기로 했던 3층에서 2층으로 전시장을 변경해야 했다. 크레이트(crate, 작품을 담은 상자)가 3층에 들어가기에는 3층 계단 및 난간의 통과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후 레지스트라는 2층 전시장에 온습도를 체크하는 계측기를 두 개 설치하고 하나는 3, 4일 후에 가지고 돌아갔고 다른 하나는 한달 후 우편으로 발송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술관의 온습도를 체크하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밤에는 온습도가 조절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사실 밤새 온습도를 조절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공공요금이 많이 나와 밤에는 따로 기계실을 가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온도 19。C± 3。C, 습도 55%±5%의 기준에 맞추기 위하여 24시간 기계실을 완전 가동하여 매시간마다 온습도를 체크, 조절해 나갔다. 습도가 높을 때는 찬바람을 넣어 습도를 낮추고, 습도가 낮을 때는 제습전체 시설을 상향조정하는 등 전시 기간 내내 온습도 조절을 위한 긴장상태였다. 소나기가 오거나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는 시간이면 상대적으로 습도의 변화가 컸다. 이렇게 체크된 온습도그래프는 매주 마우리츠하위스로 보내졌다.(도판5)
작품은 반입 ·반출시 각 두 명의 호송관에 의해 두 대의 비행기로 운송되었다. 이것은 사고의 위험을 고려해서였으며 각 운송작품의 목록은 해포되기까지 비밀에 붙여졌다. 35개의 크레이트는 공항에서 미술관까지 캡스의 경호을 받으며 무진동차에 의해 운반되었다. 1, 2점씩을 담은 크레이트는 모서리를 고무로 처리한 20~30cm 두께의 특수 플라스틱 박스였다.
내부는 스펀지로 감싸져 있으며 그림 네모퉁이에는 작품크기에 맞게 조절이 가능한 틀이 장치되어 있었다. 크레이트들은 옮겨온 즉시 해포되지 않고 크레이트 내부의 온습도가 전시장의 상태에 적응될 수 있도록 24시간을 방치한 후에야 해포가 가능했다. 이 크레이트들 중 하나에는 운송시의 온습도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계측기가 내장되어 있어서, 작품의 해포 후 바로 마우리츠하위스로 보내졌다.(도판6)
개개의 작품은 뒤를 열어볼 수 없도록 아크릴로 밀봉되어 있었다. 이미 네덜란드에서 출발할 때 체크한 작품상태보고서를 기본으로 마우리츠하위스와 국립현대미술관 컨서베이터(conservator, 작품수복전문가)가 작품을 확인하고 한점 한점에 사인하는 것으로 작품상태 파악은 이루어졌다.(도판7) 50점을 체크하는데 3일 가량이 소요되었으며 작품이 벽면에 설치되는 것까지를 지켜보고 그들은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전시장은 도시별로 구획을 만들었는데 한 도시의 작품을 관람할 때에는 되도록 다른 도시의 작품이 보이지 않도록 벽면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벽면에는 도시의 특징과 작가명, 지도 상에 도시의 위치를 표시하였다.(도판8) 그리고 진한 청색의 방염처리된 천으로 전시장을 도배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작품에 성인 관람객의 손이 닿을 수 없도록 폭 1.2m의 턱을 설치, 작품에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하였다.(도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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