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판화40년』전을 통하여 본 한국판화의 사적 고찰

최은주(학예연구관)

1. 한국판화의 성격
2. 한국의 고대판화
3. 고려시대의 판화		 4. 조선시대의 판화
5. 근·현대기의 한국판화
6. 한국판화의 전통성과 현대성
4. 조선시대의 판화

가. 조선 판화의 성격

조선은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 중 문화의 질이나 내용이 한국적인 특성을 체득, 발전한 시기이다. 조선시대 판화 역시 각종 서적의 간행에 따라 기법이 새롭게 개발되고 범위가 확대되어 갔다. 고려시대의 판화가 대개 왕실이나 사원 개판의 불교판화 중심인데 비해 조선시대의 판화는 위로는 왕실 간행의 불경에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생활에 직접 이용되는 부적판, 떡살, 능화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기법면에서 살펴보면 고려시대의 판화는 각법이 유려하고 정교한 성격을 지 니고 있음에 비해 조선시대의 판화는 세부가 점점 생략되는 대담한 각법의 단순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생략과 단순화는 판화기법의 퇴보라기보다는 한국적인 조형 감각이 체질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조선시대 판화의 대표적 특징인 단순화와 생략의 기법은 화면에 새로운 표현력, 대담성과 생동감을 가져왔다. 조선 중기에는 전통적인 판화의 화면구성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 구성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이 시기의 판화는 산수의 표 현이 강화된다.

화면의 주제 부분과 배경의 산수가 같은 비중으로 취급된다. 본격적 인 미점과 준법이 각법과 결합되어 조선판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갔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간행된 (五倫行實圖)나 용주사 간행의 (父母恩重經)에는 그 시대 대표적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필치를 엿볼 수 있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자 료가 남아있지 않아 확실한 단정을 내릴 수 없지만 그 당시 판화에 김홍도의 영향력 이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단원의 화풍이 판화에 응용되어 조선의 판화는 좀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졌으며 그 이후 조선말기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

조선시대의 판화는 그 당시 중국이나 일본의 판화와 비교하여 독자적인 영역으 로 발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판화는 특유의 단색목판의 아름다움, 자연스러움, 해학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판화의 대부분은 서적의 삽화로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먹색 한가지에 의 지한 단색목판화가 주로 제작되었다. 또한 완성도에서 전대인 고려시대에 비하여 다소 떨어진다. 그렇지만 자연미를 잃지않은 판화는 우리 선조들의 건강한 미의식 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비례가 무시되고 제멋대로 과장되어 있는 대상, 가식없는 해학적 표현력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한국의 판화를 단지 단순함, 소박함, 자연스러움, 해학 등의 측면에서 본 다면 한국 판화의 특질을 제대로 보는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조선시대 판화는 어 떤 경우든 독자적으로 예술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직접 생활의 영역으로 스며들어 와 자리잡았다. 능화판, 떡살, 보판, 화보, 지도나 전각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많 은 판화 유산들이 생활의 실제적인 영역으로 침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조선 판화의 분류

조선시대의 판화를 고려시대의 판화를 분류한 것과 같은 체계로 나누면 판간의 종 류에 따라 왕 및 왕실의 간행본, 15세기부터 사찰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사찰판본, 관서에서 간행한 관판본, 사학교육기관인 서원간행의 사원판본, 사가에서 가문의 혈통과 문벌을 자랑하기 위해 펴낸 사가판본, 마지막으로 민간이 상업적 목적으로 찍어낸 방각판본이 있다.

조선조에 있어서 불서의 목판인쇄는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왕의 명령으로 나라에서 각인하거나 대군과 왕비들이 각인해 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찰에서 시 주자들의 사재로 각인해낸 것이다. 조선은 숭유억불을 국시로 건국했지만 불교를 완전히 몰아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왕들이 개인적인 취지에서 상당수의 불 서를 간행하였다. 태조는 원년(1399년)에 사재로 (大藏經)을 찍어냈었고 태종 역시 (大字榜嚴經)(태종 1년,1410년), (大般若經)(태종 6년,1406년), (法華經), (父母 恩重經) (長壽滅罪經)(태종 8년,1408년)을 간행하였다 또한 세종조에는 한글창제 와 덕불어 (釋譜詳節) (月印天綱之曲)을 편찬하였고 세조는 후에 석보상절과 월인 천강지곡의 내용을 합하여 (月印釋譜)(세조 5년,1459년)를 간행하였다. 이후에도 많은 불경들이 간행되어 왕과 왕실의 구복을 기원하였다.

15세기 초부터는 조선조에 독자적인 사찰본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국가 가 정책적으로 불교를 억압하였으므로 각종 불경의 간행을 사찰이 직접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사찰판본으로는 태종 5년(1405년) 안심사에서 개판한 (法華經), 세종 11년(1429년)에서 14년(1432년)까지 제작된 (榜嚴經) 등이 있다. 조선시대 사찰본은 대부분 고려시대 불경의 번각본이어서 판각의 솜씨가 고 려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왕과 왕실, 사찰주변에서 개인적인 요구로 불경을 간행한데 반하여 국가정책적으 로는 조선조의 건국이념인 숭유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대규모의 간행사업 이 이루어졌다. 각종 유교경전, 역사와 시문계통의 서적이 전국적으로 간행되었다. (性理大典), (四書大典), (春秋大典), (禮記大典) 등이 세종조에 간행된 경서들이 다. 이들을 살펴보면 왕명으로 간행된 것이어서 매우 정교하게 판각되었고 인쇄도 정확하여 조선 초기 관판인쇄술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중종 39년(1543년)에 최초의 사학교육기관인 서원이 설립된 후, 서원은 자체적으 로 필요한 책을 간행할 필요가 있었다. 명종 21년(1566년)의 (近思錄集解), 선조 7년(1574년)의 (朱子書節要), 선조 14년(1581년)의 (標題句解孔子家語)가 대표적 인 서원판본이다. 그 내용을 보면 集部, 史部, 子部, 經部로 나누어지는데 집부의 문집류와 사부의 전기류가 서원판본의 절대 수위를 차지한다. 서원판본 중 판화는 전기류의 초상목판본이 있다.

<私家板本>은 사가에서 조상의 시문집 및 편집물들을 자손이나 문벌이 비용을 염출 해서 찍어내는 것에서 비롯하였으며 그 전통은 고려조에서 조선조로 이어져 성행되 었다.

마지막으로 방각판본은 민간이 상업적 목적으로 판각하여 찍어낸 판화를 일컫는 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이 영리의 목적으로 책을 판각하여 찍어낸 사례는 16세기 후 기에 서울에서부터 점점 지방으로 확산, 보급되었다. 방각판본의 종류는 매우 다양 하다.

현존하는 방각판본은 거의 19세기 초 이후의 것들이다. 방각판본을 주제별로 열거해보면 아동의 학습용 교재인 (千字文), (童蒙先習), (明心寶鑑), (玉篇), (小 學) 등, 과거시험용 자료인 (四書), (三經), (古文眞寶), (詩文類), (史略) 등과 일 상생활에 긴요한 자료인 (家禮), (四禮便覽), (儀禮集) 등이 있고 그 외 (漢醫書), (農家集成) 등과 각종 소설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런 분류체계로 조선 판화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의 판화 는 판간의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내용도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 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조선 판화를 내용별로 유교판화, 불교판화, 무속과 도교 관계의 판화, 민화속의 판화, 화보, 지도, 전각 등의 판화 등으로 자세히 살펴보기 로 하겠다.

다. 조선의 유교판화

조선시대의 유교판화는 크게 행실도 계통의 판화와 유교 중심 사회의 각종 행사 의식 등을 기록하기 위한 도해로서의 판화로 나뉜다. 사서삼경, 상례도 같은 한국유 학경전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면 고대의식에 관계되는 판화가 나온다.

조선사회에서 가장 주력한 편찬사업은 삼강오륜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강령을 강조 한 책들이었다. (三綱行實圖), (續三綱行實圖), (二倫行實鬪), (五倫行實圖), (東國 新續三綱行實圖) 등 행실도 계통의 책들이 끊임없이 편찬되어 조선의 사회이념을 고취시켰다. 이런 책들은 백성들에게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편찬되었으므 로 글보다는 그림이 주가 되어 만들어져 조선시대 판화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좋 은 자료가 되고 있다.

행실도 계통의 판화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유교관계 서적들은 그 안에 많은 종류의 도해를 포함하고 있다. 의궤, 가례, 상례에 관한 것, 무예, 의약, 농경에 관한 것, 설계, 제도에 관한 판화가 서적의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삽도로서 판화를 채택하고 있다.

 (1) 행실도 계통의 판화

행실도 계통의 서적 중 가장 먼저 편찬된 것은 세종 10년(1428년)에 간행한 (三 綱行實圖)이다. 삼강은 군신, 부자, 부부가 지킬 충 효, 정의 삼도를 말하는 것으 로, (三綱行實圖)는 이의 대표적 예들을 모아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양식은 그림이 먼저 등장하고 행적은 그 뒤에 쓰고 있으며 시와 찬이 두수씩 붙어있다. 삼강행실도 초간본의 간행은 (三綱行實圖) 서에서 밝힌 것처럼 주자소에 서 담당하였는데 주자소에서는 이를 목판인쇄로 제작하였다. (三綱行實圖)의 그림 은 국가에 소속된 화원들이 그렸다.

<三綱行實圖>는 조선삽화본의 대표적 예로서 이 간본의 변천은 곧 조선 삽화본의 변천이 될 수 있는 판화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세종조 이후의 (三綱行實圖)의 간행은 단종 원년(1453년) 재인본, 세조 11년(1466년) (五倫錄命撰), 성종 2년 (1471년) (각도 藍營本), 성종 12년(1481년) (언문열녀도), 성종 21년(1490년) ( 刪定諺解) 1책본, 중종년간 (印出本), 명종 9년(1555년) (간본), (선조명간본), 영 조 5년(1729년) (校書館 刊本) 등이 전해진다.

정종 21년(1797년)에는 중종조에 편찬된 (二倫行實圖)와 (三綱行實圖)를 합쳐 ( 五倫行實圖)를 편찬하였다. 이 오륜행실도에는 단원 김홍도의 특징적인 준법, 수법 등이 보여 흡사 그 원화를 단원이 그린 인상을 주고 있다. 이 행실도가 단원의 참여 로 만들어졌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의 주도 아래 여러 화원이 동원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한다.

 (2) 도해 계통의 판화


◀ 조선 (懼城城被値軌)


도해계통의 판화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의궤에 관한 것, 오례에 관한 것, 무예, 의학, 농경에 관한 것, 설계, 제도에 관한 것들이 있다.  의궤(儀軌)란 국가의 행사, 사업 등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조선왕조는 특별한 행사나 사업을 준비할때마다 임시관청인 도감을 설치해서 행사를 치루고 일 이 끝난 뒤에는 의궤청을 두어 의궤를 펴내도록 하였다.

의궤도, 반차도, 능행도를 위시한 의궤도류의 판화들은 궁중의식과 왕실행사를 목판으로 제작하여 까다롭고 다양한 행사의 격식들을 판화로 기록하였다. 의궤도의 대표적인 예는 정조 20년 (1796년)에 간행을 시작하여 1801년에 완성한 (華城城役儀軌)가 있다.

이밖에도 생활의 기본적 예식절차와 격식에 대해서 국민생활의 범위를 정하여 보여주기 위한 가례, 상례비요, 오례에 관한 것들이 남아 있다.

또한 전법이나, 개인무기, 태권도, 등을 보여주는 (紀效新書), (武藝譜通志)가 있고 (馬醫方及牛醫方), (本草) 등 의 학에 관한 것, (蠶桑撮要) 등 농경에 관한 것들이 남아 있다. 이것들은 실제적으로 민간에 보급시킬 필요가 있는 중요한 지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간행된 것들이다.

라. 조선의 불교문화

조선시대 불교판화들은 고려시대만큼의 완성도나 세련미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왕 이나 왕실 간본의 판화와 사찰판본의 판화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조선시대의 대 표적인 불교판화에는 (妙法蓮華經), (佛說大報父母恩重經), (釋氏源流) 등이 있다. (妙法蓮華經)은 관념의 세계를 판화로 표현하고 있으며 (佛說大報父母恩重經)은 현 실세계를 보여준다. (釋氏源流)는 관념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동시에 한 화면안 에 구성하고 있다.

 (1)妙法蓮華經(세종 30년 1448년)

조선 태종의 2남인 효령대군과 세종의 3남인 안평대군이 권선을 위해 함께 발원, 간행한 것이 (妙法蓮華經)이다. 이 경은 법화경의 일종이다. 법화경은 가장 많이 읽 혀지는 대숭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기 때문에 전하는 판종이 많다.

 (2) 佛說大報父母恩重經

 (父母恩重經)은 고려조에서부터 유행하여 조선시대에 널리 퍼진 경전이다. 이 경 전은 성리학의 효사상과 결합되어 조선시대에 널리 보급,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용주사의 부모은중경이다. 용주사의 탱화와 경전은 단원 김홍도의 직접 제작 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전한다.

 (3) 釋氏源流應化事蹟(현종 14년,1673년)

 (釋氏源流)는 석가의 일대기와 석가의 정통을 계승한 244인의 고승들의 사적을 전기방식의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이 경전은 중국 명초에 각인된 것이 인조때 우리 나라로 들어와 현종 14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이 경전의 가치는 그 간본의 전 래가 희귀할 뿐 아니라 그림의 내용이 다양하고 각법이 우수하여 판화본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마. 무속과 도교관계의 판화

무속은 한국고유의 생활관습으로 민간생활의 여러 부분을 지배하였고, 도교는 이 것이 종교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무속과 도교관계의 판화들은 현세의 장세구복 을 비는 장생도 계통의 판화, 호랑이, 닭, 사자와 같은 동물을 새겨놓은 부적판화가 있다.

부적은 잡귀를 몰아내고 선신을 영입하려는 의도가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 부적 은 三災符, 즉 바람, 물, 불에 의한 재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부적이다. 부적 이외에도 (北斗七星延命經), (十二支干)의 무속과 도교관계 판화가 있다.

바. 민화속의 판화

◀ 조선시대 부적(符籍) 21×45㎝ 조선시대 (民畵)


우리나라의 민화는 17,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는데 판화로 제작된 민화도 발견된다. 민화는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표현하는 실용적인 미술 인 까닭으로 매우 다양한 유형을 보인다.

(花鳥圖), (草蟲圖), (牡丹圖), (蓮花圖), (冊架圖), (十長生圖), (日月崑崙圖), (十二之圖), (四神圖), (鵲虎圖), (虎圖), (龍圖), (魚蟹圖), (壽福圖), (孝悌圖)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작가의 이름이 전해지는 경우란 거의 없다. 어떤 개념이나 선입견으 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운 익명의 민화작가는 단지 일상의 정신, 주제, 상징만을 표 현한다. 판화로 제작된 민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 판화는 판화의 기술적인 면 만을 빌었을 뿐 민화의 정신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나의 원화에서 나 온 동일한 패턴의 판화 작품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연꽃과 새), (연꽃과 물새), (소채류) 등의 주제가 그대로 또는 약간씩 변용되면서 계속적 으로 제작되었다.

사. 민예 속의 판화

조선시대 판화의 중요한 특성의 하나는 실제 생활의 측면에서 직접적 응용되어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적의 표지를 장식하는 용도의 능화판, 시전이나 간례 또는 편지봉투에 운치를 주기위한 목간판, 떡을 찍어내는 떡살 과자를 찍어내는 다식판, 직물에 무늬를 염색하기 위한 채화판, 부녀자나 어린이의 치마 저고 리의 장식을 위한 금박판, 보자기에 무늬를 찍어내는데 이용한 보판 등은 한국적인 문양과 어우러전 한국적인 것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떤 때는 일정한 단 일문양이 새겨지기도 하고, 기하학적 무늬가 구성되기도 하며 사실적인 대상들을 양식화시켜 옹용되기도 하였다.

아. 기타 -화보, 지도, 전각

 (1) 화보(書譜)

화보란 옛날 거장들의 필법이나 산수 인물, 화조 등의 표현법을 판화로 새겨 모 아 놓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화보로 전해지는 것은 (思任堂秋景圖), (仁宗大王墨 竹圖) (海剛竹譜) 등이다. 화보의 정례는 중국 송, 원 대가들의 이념적 산수기법을 정식으로 규범화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화보를 알아보면 (十竹齋畵譜), (唐六如畵譜), (顧代畵譜), (系子園畵譜) 등이 있다. 이중에서 (系子園畵譜)는 우리 나라 화가들이 가장 널리 사용한 화보이다.

 (2) 지도(地圖)

현존하는 고지도는 태종 2년(1402)년 권근이 제작한 (世界地圖), 세종 6년(1424 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삽입되어 있는 (八道總圖)가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고산자 김정호가 목판으로 제작한 지도로서 그의 대표작인 (大東輿地圖)이 다. (大東輿地圖)는 1816년에 초판이 제작되고 1864년에 재각되었다. 이것의 각법 은 매우 정교하여 산맥, 하천, 해안선 등의 완결된 형태들은 지도로서의 가치와 더 불어 목판기술의 우수성을 느끼게 한다.

 (3) 篆刻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신표의 하나인 도장은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만 사용되다가 후세 예술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전각'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전각 은 글씨를 쇠붙이 칼로 새겨 음각, 또는 양각의 글씨가 찍혀 나오도륵 만든다. 이것 은 판화의 기법을 응용한 것이며 판화의 형태가 가장 대중화된 형식으로 볼 수 있 다.

우리나라는 일찌기 중국에서 전각을 받아들여 발전시켰다. 근대에 전각예술의 가 치를 한단계 올려놓은 인물이 葦倉 吳世昌이다. 그는 전서의 높은 경지와 더불어 전 각의 일인자의 위치에 있다.

그의 대표작은 천도교의 (大道主之章)과 (龍虎章)이다. 또한 그는 전각의 역사적 전통과 실제 사용의 예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전각의 최대자 료집인 (槿域印藪)를 만들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근대까지 856명의 화가 가 사용한 성명, 아호, 별호, 자 등 도장 3,800여 종을 모아놓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