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성립과 후원자의 역할 - 역사적 전개와 의의 -

이 은 기(목원대학교 교수)

Ⅰ. 序 - 후원자와 미술사가와 행정가
Ⅱ.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관과 후원자
Ⅲ. 우피치미술관의 성립과 후원자 		Ⅳ. 他문화 미술품에 대한 관심 - 대영박물관
Ⅴ. 뉴욕 현대미술관 설립의 세후원자와행정가
Ⅵ. 結-앞으로의 후원에 대하여
Ⅵ. 結-앞으로의 후원에 대하여

16세기에 성립된 우피치 미술관과, 18-19세기에 성립되고 성장한 대영박물관 그리고 20세기 미술관을 대표하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예로 들어 미술관 성립의 배경과 후원자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우피치미술관의 작품들은 200-300년에 걸친 메디치가의 인문정신과 미술품 애호로 주문 또는 수집된 것이다. 군주에 가까웠던 메디치가 출신의 공작 코지모 1세의 후원에 의해 건물 이 지어지고 수집품들이 전시되었다. 50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예술품을 그 당시의 건물 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이 미술관은 당시의 지배자가 개인 소유로 모은 것을, 프랑스 혁명 후 일반 대중이 주인이 되는 시대에 비로소 일반에 공개되었다.

우피치박물관의 작품들은 자기나라에서 꽃피운 문화의 결과물인데 반해, 대영박물관의 소장 품들은 전 세계에서 모아온 식민지 점령시대의 발굴과 수집경향을 보여준다. 제국주의의 산물 이라는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대영박물관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 박물관의 후원 자라 할 수 있는 국가와 수집가들의 공익정신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 위에서 성립되었기 때문 이다.

고대와 르네상스 작품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원시미술, 이집트 미술 등을 보여줌으로써 고전적인 기준에 치우쳐 있던 미술계에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은 여러 가지 점에서 앞서 살핀 16세기의 우피치미술관이나 19세기의 대 영박물관과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이미 수집된 작품을 보존 전시하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작품을 선정하여 구입, 전시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는 미술사 흐름을 파악하는데 얼어 서는 안될 열쇠가 되는 작품을 갖춤으로써, 균형 잡힌 전시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이전의 미술사는 박물관 소장품을 자료로 하여 쓰여졌지만, 이제는 전시 기획에 의해 미술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결과의 차이는 큰 것이다.

둘째는, 이전의 미술관이 작 품의 보존과 전시 기능에 제한되어 있었던 데 비해 새로운 미술관은 연구와 교육기관이기도 하며 또한 대중의 휴식처 역할까지 하는 대중 속의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새로운 미술 관 개념은 유럽과 미국의 기존박물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 앞의 두 시대 의 미술관은 지배자나 국가가 설립하고 후원하였으나, 뉴욕 현대미술관의 경우엔 후원자가 설 립하고 또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에 참여하여 새로운 미술관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인이 갖는 특권이겠으나 그러나 이 후원자들은 미술에 대한 역사적인 그리고 진보적인 이해와 공익정신을 실천한 모범적인 후원자상을 보여주었다.

이제 앞으로의 미술관과 후원자를 생각해 볼 차례이다. 뉴욕의 현대미술관이 육면체 공간의 횐 벽에 시대의 대표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20세기 전반의 미술경향 이 캔버스에 그린 회화와 건물 속에 전시할 수 있는 조각이 위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설치미술, 행위미술 그리고 대지미술은 뉴욕 현대미술관의 개 념으로는 보관도 전시도 불가능하다.

그것은 아마도 고딕성당이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박물관에 옮긴다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은 살 수 도 없는 방식을 지니고 있으니 수집과 기증이라는 형태로는 후원이 불가능하여서 아마도 지 원의 형식이 후원의 큰 몫을 하게될 것이다.

또한 작품 전시에 있어서도 과거의 작품 또는 현대작품의 경우에도 기획의 관점에 따라 전 시형태나 중요작품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술관 전시는 주로 양식사 위주로 또는 작 가의 연대기적인 순서대로 계획되었는데, 예술의 사회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테마중심의 전시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에도 소장작품만으로는 전시가 불가능 하여 대여와 전시진행 경비가 많아질 것이므로 지원금이 더 중요한 후원형태가 되리라고 생 각된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경우도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80년대에 들어와 정부와 사 단법인들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의 문맥상 본문에서 다루지 못하였지만,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또 다른 중요 한 후원자는 작가와 미술애호가들이다.

대영박물관의 이집트 전시실에서 소묘를 하면서 많은 작품을 구상한 헨리 무어(Henry Moore)는 그가 유명해진 후 이집트 미술 카다록을 제작하 는데 경제적인 후원을 하였다. 또한 뉴욕 현대미술관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알렉산더 칼 더(Alexander Carder)는 1966년에 13점의 중요작품을 바아 관장에게 기증함으로써 미술관의 중요한 소장품을 더하여 주었다.

미술애호가로 이루어지는 미술관의 일반회원도 중요한 후원자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미술관 경우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년회비가 모인다해도 큰 후원자 한 사람의 액수 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미술애호는 분명히 다음 세대의 큰 후원자 를 낳을 것이다. 이 글의 준비과정에서 본 많은 후원자들은 어린 시절에 그들의 부모와 함께 미술의 즐거움을, 미술의 유익함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었다.

후원의 형태와 규모가 어떠하건, 미술에 대한 역사적인 그리고 진보적인 이해와 공익정신에 바탕을 둔 후원만이 사회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이 후원은 깊은 연구에서 얻어 진 전시의 방향감각과 결단력을 겸비한 행정에 의해서 만이 결실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