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통해 마음을 사유하다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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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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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26.4.2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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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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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방혜자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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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소재 작품 다수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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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주요 작품 총 67점과 아카이브 자료 200여 점 등 총망라
예술 작품 속 ‘빛’은 단순히 밝기를 드러내는 요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며 인물의 변화를 암시하기도 하고, 제한된 공간에 집중되며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빛은 장면과 감정을 이끄는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방혜자는 이러한 빛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다.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은 물론, 우주를 향한 사유까지 품은 그의 작업 세계를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에서 만나본다.
생을 관통한 빛의 궤적, 방혜자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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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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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4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양국의 문화예술을 양분 삼아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방혜자 작가의 회고전을 통해 두 나라의 예술적 교류의 의미를 다시 조명한다.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소재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었으며, 그중에는 국립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 세르누치박물관 등이 소장한 유수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이후 후반기의 대표작까지, 시기별 주요 작품을 총망라한 회고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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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햇님 나들이› (1977)
패널에 유화 물감, 닥지, 51x51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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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하늘의 땅› (2011)
패널, 종이에 천연 안료, ⌀ 179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프랑스 미술에서 빛의 순간을 포착한 화가들이 있었다면, 한국 현대미술에는 빛을 생명과 마음, 우주의 차원으로 넓혀간 작가 방혜자가 있다. 방혜자에게 빛은 단순한 광학적 현상이나 조형적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년기의 병고와 요양을 위해 산사(山寺)에서 사색한 시간,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시대를 겪은 삶의 가치,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마주한 빛과 토양. 이 모든 것이 그의 예술 안에서 중층적인 빛의 세계를 이루었다. 그에게 빛은 생명의 빛에서 마음의 빛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더 깊고 넓은 차원의 빛으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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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별들의 노래› (1987)
한지 배접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물감, 유화 물감
116x81cm, 방혜자 재단
사진 © 장루이 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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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비상› (2000)
부직포에 천연 안료, 197x144cm
랄린 라흐마트 샤 소장, 프랑수아즈 리비네크 갤러리 제공
사진 © 정재준
초기 추상회화를 시도한 소수의 여성 미술가 중 한 명이었던 방혜자는 1961년, 새로운 예술을 탐구하고 내적으로 성장하고자 프랑스로 건너갔다. 국비유학생 1호였던 그는 프랑스 미술계의 영향을 흡수하면서도 특정 경향을 좇지 않고 내면의 성찰을 이어갔다. 이러한 태도는 동서양 예술 사이에서 작가 자신의 고유한 화풍을 빚어 가는 바탕이 되었다. 1968년부터는 8년간 다시 한국에 머물렀다. 이 시기 작가는 한국 고유의 미감과 정서를 작품에 담기 위해 부단히 탐구했고, 말년까지 주요 재료로 사용한 한지의 물성 또한 이때 발견했다.
방혜자는 마음속 깊은 곳의 빛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자 회화, 벽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연마했다. 1970년대에는 한지를, 1990년대에는 천연 안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96년 이후에는 프랑스 남부 루시용(Rousillon)의 붉은 흙을, 1997년 이후에는 부직포까지 작업에 활용했다. 특히 1980년대 이어진 우주적 성찰은 2000년대 후반 작품에서 한층 깊어진 빛의 화면으로 드러난다.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캔버스를 세워 그리던 방식에서 점차 벗어나, 화폭을 바닥에 수평으로 펼쳐 놓고 작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화면은 종이의 주름과 안료의 스밈, 재료의 성질과 작가의 에너지가 서로 조응하는 공간이 됐다. 작가가 지지체와 재료를 매만지는 것은 내적인 빛을 다듬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방혜자의 작품에 담긴 빛이 마음과 천지, 우주를 비추는 성찰의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네 개의 장, 하나의 여정
빛으로 이어진 방혜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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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빛의 탄생› (2019)
스테인드글라스
270x140x3.5cm, 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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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빛에서 빛으로› (2012)
닥지에 천연 안료
328x129.5cm, 방혜자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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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제목 없음› (1992)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닥지, 먹, 천연 안료, 파스텔
130x97cm, 방혜자 재단
사진 © 정재준
전시는 ‘빛의 탄생’,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 ‘빛을 심으며’, ‘빛으로 태어나는 길’ 등 총 4부와 ‘인트로’,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된다. 관람객들은 동선을 따라 땅의 기운, 하늘의 세계, 마음의 에너지가 깃든 공간을 지나면서 작가가 평생에 걸쳐 사유해 온 빛의 세계를 차차 마주한다. 이 과정은 늘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빛을 향해 정진해 온 작가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며, 관람객들은 방혜자의 예술 세계와 빛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게 된다.
한편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방혜자가 보여주는 빛의 세계를 섬세하게 안내하는 이는 배우 이청아다. 평소 미술에 남다른 이청아 배우는 이번 전시의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안내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방혜자의 예술 세계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은 물론,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프랑스 소재 작품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작가의 작업 세계를 한층 깊고 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