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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회화사를 걷는 시간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정보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 전경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 전경

포커스
한국 회화사를 걷는 시간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은 동산방화랑의 설립자 박주환의 기증작으로 이루어진,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한국 회화사에 쌓였던 예술가들의 고민과 그 결과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전시이다.
특히 이상범, 변관식, 박노수, 유근택 등 한국화의 거장을 포함한 57인의 작품을 통해
한국화의 변천과 실험적 면모가 투영된 대표작들을 망라해 한 자리에 모았다.
사군자화, 산수화, 문인화, 영모화를 비롯하여 지·필·묵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다채로운 작품과
관련 아카이브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한국화 전문 화랑에서 뻗어 나온 줄기,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이 되다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5월 18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지난 2021년~2022년 사이, 두 번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작품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인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이란 동산방화랑 설립자 동산 박주환(1929~2020) 대표가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現 동산방화랑 대표)이 기증한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 총 209점을 말한다. 동산방화랑은 197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관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서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이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이 되어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은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하며, 근대 이래로 한국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 주제를 관통한다.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한국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화가 개개인이 그림을 통해 주변과 소통하며 생활하던 모습을 담아낸 전시 출품작 중 일부를 소개한다.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한눈에 살피다

김규진, ‹풍죽›(1920년대)
비단에 먹, 134x39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풍죽›의 작가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은 근대적 미술 교육기관인 서화연구회를 발족하고 『해강난보(海岡蘭譜)』, 『해강죽보(海岡竹譜)』를 펴내어 사군자화 그리기의 대중화에 힘썼던 인물이다. 이 작품은 두 그루의 굵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해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대나무 상단과 하단의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대와 잎을 강조했으며, 담묵과 농묵을 적절히 활용하여 화면을 조화롭게 구성했다.

이상범, 김기창, 정종여, ‹송하인물(松下人物)›(1949)
종이에 먹, 색, 46.×156.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송하인물(松下人物)›은 소나무 아래에서 바위에 기대어 달을 감상하는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청계(靑谿) 정종여가 월북하기 1년 전인 1949년, 운보(雲甫) 김기창, 청전(靑田) 이상범과 합작한 것이다. 합작(合作)은 근대기에 이르러 서화가들의 창작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 정종여는 소나무, 김기창은 인물, 이상범은 마지막에 그림과 부합하는 화제를 써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정종여는 이상범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김기창과는 막역한 사이로 특별한 친분을 유지했으므로 함께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송수남, ‹자연과 도시›(1980년대 중후반)
종이에 먹, 색, 63.5×94.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자연과 도시›는 1980년대 수묵을 중심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실험하며 ‘수묵화 운동’을 주도했던 송수남(1938~2013)이 1984년부터 1988년까지 4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작한 ‘자연과 도시 1984-1988’ 작업 중 하나이다. 이 일련의 작업은 동산방화랑의 개인전(1988)에서 100여 점으로 출품되었으며, 작가는 당시 작품을 교체해가며 연작을 소개했다. 이 작품에는 가로수가 수묵으로 대담하게 표현되었으며 그 사이로 현대 도시 속 건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왈종, ‹생활속에서-중도의 세계›(1990)
종이에 먹, 색, 114.5x150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생활속에서-중도의 세계›의 작가 이왈종(1945~ )은 일상적인 모습을 현대적 민화의 기교에 접목하여 판화, 도기, 목각, 오브제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인물이다. 작품은 작가 특유의 해학적이고 자유로운 수묵과 채색으로 별자리, 자동차, 배, 사슴, 꽃, 물고기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을 그려냈다. 민화의 소재를 옮겨낸 듯하면서도, 현대의 자동차나 뾰족지붕의 가옥 등이 한 공간 안에서 어지러이 공존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원근법이나 사물의 상호 비례 관계 또한 무시되었는데, 이왈종은 ‘중도의 세계’라는 부제를 통해 일상 속에서도 불가(佛家)에서의 중도의 삶을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한국 회화 역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이후 한국 근대 회화에서부터 출발해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시대적 격동기를 지나, 1960년대부터 전통을 바탕으로 수묵의 현대성을 개척하며, 1990년대에 불어온 국제화의 바람이 촉발한 다채로운 주제들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통해 한국화단의 발자취 뿐 아니라 ‘작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유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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