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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피아를 향한 문을 열다” 크립톤

전시정보

크립톤 (좌측부터 정민주, 황수경, 염인화)

크립톤 (좌측부터 정민주, 황수경, 염인화)

여성 기획자 3인으로 이루어진 크립톤은 생태적 소통을 공통 관심사로 둔 채
여러 층위에서 장애, 예술, 기술, 미디어 사이의 간극을 살피며 다양한 감각을 교차하고 번역하는 팀이다.
이들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에서 ‘코코 킬링 아일랜드(Koko Killing Island)’라는
가상의 생태 환경을 내세워 노동과 자본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동시에 세대 간,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융합을 위한 방법론을 연구한다.
#생태 #접근성 #세대라는 해시태그로 연결된 행성을 건설한 크립톤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크립톤은 2018년 결성된 큐레토리얼 콜렉티브로 예술, 기술, 접근성의 교차점에서 협업하며 미디어아트 현장 속 사회 문화적, 생태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팀이다. 각 팀원들은 가상의 물질이자 행성을 뜻하는 크립톤 속에서 하나의 원자가 되어 부분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는 등의 융합을 시도하며 그 가운데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를 탐구하는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호 작용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탈-중앙화된 공동체로서의 ‘크립토피아(크립톤+유토피아의 합성어)’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에서 선보인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코코 킬링 아일랜드(Koko Killing Island)’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코코 킬링 아일랜드란 실제 서태평양에 존재하는 섬인 ‘코코스 제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가상의 섬으로, 섬들의 진화론적 역사와 지구 생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가상의 섬은 다분히 일상적인 존재인 지구온난화를 일종의 ‘거대사물(hyperobject)’로 보게 한다는 은유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란 너무 거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이것을 먼 곳의 일, 훗날에 일어날 일이라고 착각하곤 하는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노동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코코스 제도의 특산품인 코코넛 또한 서울 한복판에서 재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이런 상상으로 만들어진 코코 킬링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기후 위기로 변화하는 생태 노동 지형을 ‘식도락 투어’의 형식을 통해 경험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즉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의 섬이자, 작게 축소되어 전시실 안에 존재하는 코코 킬링 아일랜드를 투어하며, 거대사물인 기후위기와의 대소(大小) 관계를 전복시키려 합니다. 이를 통해 다윈의 진화론에서 출발한 지역성과 토종의 개념에서 벗어나, 혼종화된 지구 공동체의 공생적 대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의 주요 배경이 되는 ‘코코 킬링 아일랜드(Koko Killing Island)’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코 킬링 아일랜드’ 이미지 ‘코코 킬링 아일랜드’ 이미지 가운데가 뚫린 형태의 환초 모양 테이블 가운데가 뚫린 형태의 환초 모양 테이블

코코 킬링 아일랜드는 둥근 고리 모양의 환초(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산호초)섬입니다. 찰스 다윈은 코코 킬링 아일랜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 남반구의 코코스 제도에서 환초의 형성 과정을 규명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산호가 침강하여 섬의 중심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코코 킬링 아일랜드 역시 중심이 비워진 채 다양한 사물들이 공존합니다. 저희가 상상한 섬의 지도를 본 따서 제작한 환초 모양의 테이블은 가상과 현실에 함께 존재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아고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심이 비워진 형태의 테이블은 탈중앙화를 뜻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 기술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코코 킬링 아일랜드를 통해 장소성이 사라진 오늘날의 생태 노동 지형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그 예시로는 제주도의 특산품이었던 감귤과 한라봉이 현재에는 전남 완도, 경남 거창과 같은 지역으로 북상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제주도 과수 농가에서는 새로운 대체 작물로 열대 과일들을 재배하고 제주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구온난화를 대비한 재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던 온대 과일은 점차 사라지고, 앞으로는 각 지역별로 다양한 특산 품종이 아닌 매우 제한적인 과일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서울에서도 흔한 코코넛 나무 때문에 이런 경고 문구를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해에 상어에게 죽는 사람(약 10명)보다 코코넛에 죽는 사람(약 150명)이 약 15배나 더 많으니 조심하세요! 과실치사(果實致死)’

관람객이 전시 오브제들의 NFT를 거래하고, 오브제를 해체해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통해 실제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관광안내소› 웹사이트 모습 ‹관광안내소› 웹사이트 모습
‹관광안내소› 웹사이트 모습

관람객들은 작품 중 하나인 ‹관광안내소› 웹사이트(https://kokokillingis.land)에서 코코 킬링 아일랜드의 특산품(NFT+오브제)을 선착순으로 사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내에서는 NFT를 통해 특산품 실물의 3D 디지털 버전으로 묘사되고 있는데요. NFT에 대응하는 실물 오브제는 실제 전시실 속 ‹관광안내소› 인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동일한 실물 오브제를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이 NFT와 함께 부여됩니다. NFT와 오브제가 원플러스원(1+1)처럼 존재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NFT: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암호 화폐

한편, 저희의 특산품(NFT+오브제) 온라인 사전 예약 신청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특산품 배포 워크숍›을 1차(2022년 11월 26일)와 2차(2023년 1월 28일)에 걸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숍에서는 NFT 수령을 위한 암호 화폐 지갑 생성 방법 뿐 아니라, 크립톤의 예술적 전략으로서의 클린 NFT 기술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클린 NFT’란 탄소배출량을 현저히 줄인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 및 유통되는 NFT를 뜻합니다. 특산품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의 마지막 주간인 2023년 4월 1주차에 진행될 ‹굿바이 코코› 행사 이후 전시 현장에서 무료 배포됩니다. 이 행사는 전시실에 실제 설치된 작품을 해체하는 퍼포먼스입니다. 관람객들이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한 NFT를 매개로 실물 작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시실 속 작품들을 전시실 바깥에서 반영구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관람 방식에 촉각과 소유 감각을 덧대고자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굿바이 코코› 퍼포먼스 행사에서는 ‹코코를 위한 자장가›라는 사운드 공연이 함께 열릴 예정입니다. 공연은 앞으로의 세대를 상징하는 ‘코코’를 위해 아빠가 직접 작곡한 자장가 연주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며, 미래를 상상하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지구 생태와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운드로 전달합니다. 연주가 끝나면 코코 킬링 아일랜드의 중심을 비운 환초, 실물 생태-이미지(‘코코 킬링 아일랜드’를 구성하는 가상·실물 이미지)들은 ‹굿바이 코코› 퍼포먼스를 통해 서서히 분해됩니다.

여기에서 저희는 다른 거대사물성, 이를테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 변형, 자본과 소비 구조의 변형이 덧대어 졌을 때 ‘다중적이고 거대한 공공의 것’이 사적인 소유물로서 이전될 수 있을지를 실험합니다. 그 일환으로 클린 NFT로 발행된, 코코 킬링 아일랜드 내 모든 생태-이미지들이 전시 전의 재료로서, 전시 중의 오브제로서, 전시 후의 소장품으로서의 단계를 걸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생태-이미지들은 추후 ‹굿바이 코코› 퍼포먼스 행사를 통해 개인에게 분배·소장되는 동시에, 하나의 가상 관광지이자 전시실의 기능을 하는 코코 킬링 아일랜드 내 폐기물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즉 코코 킬링 아일랜드의 생태-이미지들은 ‘하나의 거대 사물처럼 존재하던’ 전시가 끝난 후 전시 기념품이자 소장품으로 관람객에게 돌아가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성과 물질성을 그 다음 단계의 어딘가로, 누군가에게로 옮기는 페이징(phasing)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이전 단계’에 존재하던 ‘이’ 코코 킬링 아일랜드는 해체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전시에는 물질(전시실, 관광안내소 등)과 비물질(3D 디지털 이미지, 인터랙션 영상 등)이 공존하는데요.
이러한 형식을 활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물질과 비물질이 공존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물질과 비물질이 공존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물질과 비물질이 공존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크립톤 전시 전경

지금은 현실과 가상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는 현실과 가상의 긴밀한 연관성을 드러내고자 했는데요. 전시실에는 실물과 디지털이 공존하며 서로 관계를 맺고 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환초›라는 작품에는 목재가구와 비누 등 여러 물질들이 존재합니다. 한편 전시실의 물질들은 앞서 소개한 관광안내소 웹사이트에서 가상 화폐의 형태로도 거래됩니다. 이처럼 ‘코코 킬링 아일랜드’에서는 현실 속 사물들과 컴퓨팅 환경 속 사물들이 대응하여 존재합니다.

물질(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이 혼합되고 있는 현실은 팬데믹 이후 더욱더 우리의 삶에 가까워졌고, 비물질-디지털은 점차 물질의 지형과 배치마저 좌우할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크립톤의 코코 킬링 아일랜드 또한 가상-현실의 작동 방식인 비물질 세계에서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NFT 상품을 실물과 함께 배포함으로써, 비물질의 세계와 물질 세계의 경계를 여행합니다. 이는 혼재된 혼합 현실을 통해 지역성이 모호해짐을 표현하고자하는 의도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코코 킬링 아일랜드’에 방문해 그곳에서 들려오는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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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